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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추천 아버지의 해방일지_정지아 작가

바밀리온 엔터테인먼트 2024. 9. 22. 05:33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아버지의 직업은 무엇이였고, 꿈은 무엇이었나.
어떤 여자 스타일을 좋아했나. 무슨 반찬을 좋아했나. ​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아버지였나.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 줄거리 -

 

 소설은 주인공 아리가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 들으며 시작한다. 아리에게 아버지는 죄인이었다. 빨치산인 덕분에 어린 아리를 두고 감옥에 갔고 집안에 바람 잘 불 날이 없었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출소해 고향인 전남 구례로 돌아와 마땅히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농사를 지어도 변변찮다. 아파트 관리인이 되기도 하고 남 일에 오지랖 부리는데는 선수다.

아버지가 빨치산이라 작은 아버지네 길수 오빠는 육사에 합격하고도 연좌제로 낙인찍힌다. 아리는 친했던 길수 오빠와 점점 벽이 생긴다. 길수 오빠네는 아버지가 평생의 원수다. 피해받은 가족들의 노여움도 가히 살피지 못하는 아둔한 아버지가 싫고 평생을 그 굴레에 속박되어 그녀의 삶은 어딘가 외롭고 어둡다. 아리는 그 나이에, 그렇게 부모를 원망하는 게 최선이다.

 

 아리가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고 가족과 뜸해지며 전해 들은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가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의 3일. 아리에게는 오로지 아버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아리는 장례식 동안 아버지와 관련된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듣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리의 기억과 얽히고 섥혀 아버지는 빨갱이에서 탈피해 보다 더 입체적이고 구체화된다.

 빌려준 돈을 가지고 도망가도 ‘긍게 사람이제’ 용서하고 현실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 친척이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되어도 잘 살고 무탈하니 괜찮다며 지지해줄 줄 아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나설 줄 아는 사람. 베트남 출신 엄마와 아빠의 가정폭력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고생에게 기꺼이 담배 친구가 되어 주며 ‘네 어머니 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이긴 위대한 나라이니 자부심을 가지라’며 응원하고 지지해줄 줄 아는, 단지 따뜻한 우리네 이웃과도 같은 사람. 다만 본인과 주변의 삶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고향 구례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그리고 소중하게 엮인 안전망과도 같다. 그런 아버지의 다양한 조문객들로부터 전해 듣는 회상과 더불어 아리는 아버지와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감옥에 가기 전,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던 날들을.

 

 학교에서 일등을 한 아리를 아버지가 무등을 태워 아들 필요 없고 아리만 있으면 된다며, 마당을 빙 둘러 내달린 날. 아리를 곯리고 아버지가 준 홍옥 한 알을 건네받으며 돌아오던 길에 가을바람에 코스모스가 산들거린 날.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누룽지를 커다랗게 만들어준 밤, 또 무등을 타고 어머니를 마중 나간 날. 온몸으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아버지.

아리는 깨닫는다. 아버지 고상욱씨는 사회주의자가 아닌 고아리 내 아버지라는 것을.

 아리가 시대와 이데올로기로부터 아버지를 감옥에 빼앗긴 그 6년. 아리는 그로부터 잃어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이 사무치게 그립다. 아버지를 영원히 잃어버린 지금은 서럽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아버지 고상욱씨는 감옥에서 아리를 얼마나 보고싶어 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원망만 한 아리에게 ‘사무치게’라는 말은 과분하다는 것을 아리 또한 안다.

 

이 글을,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려는, 혹은 다 읽은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남산의 부장들, 1987, 택시운전사, 서울의 봄, 응답하라 1988, 변호인 등. 경험하지 못한 우리의 현대사를 적나라하고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영화들이다. 이 역사들은 우리를 구속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가족을 비롯해 학창시절, 성인이 되고 나서도,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영위하는 전세대에 걸쳐 '결부'된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

 소설의 화자인 정지아 작가가 직접 소설로 옮긴 본인의 아버지 이야기. 아이러니 하지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그녀도 글을 쓰고 인문학을 배우며 세상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부정적인 것들보다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 결과인 셈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게 된 이유 또한, 우리는 모두 아직 현대사의 잔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여러 복합적인 응어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을 잘 살아가보려고 발버둥 치기 위해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닐까?

가족에 대한 감정이 있는 사람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내리지 못 하거나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 즉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정성을 다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하는 소설이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사무침이라는 단어가 뭔지, 무슨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을지, 나는 한 걸음 더 성장했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부모에게서 왔고 자식이기에, 그리고 앞으로 우리네 인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책.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다.